2012. 8. 29.

군주론, 운명을 넘어서는 역량의 정치학

군주론, 운명을 넘어서는 역량의 정치학을 읽고


 
 사실 이 책은 내가 조금은 우연히 읽게 된 책이다.
원래 내가 읽으려던 책은 이 책이 아닌 「군주론」이었다. 군주론을 읽기 위해서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찾다가 이 책을 골랐다. 고르는 순간에도 나는 이 책이 군주론인줄만 알았다. 책을 대출하고 나서 집에 와서 이 책을 폈는데 몇장 읽고 나서야 나는 이 책에서 무언가 이질감을 느꼈다. 이 책은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이 아닌 마키아벨리의 「군주론」과 「로마사논고」로 보는 마키아벨리에 대한 저자의 견해를 담은 책이었다. 아뿔사, 군주론이라고 쓰여져 있으니 군주론이겠거니 하며 책을 넘겨보지도 않은 채 덜컥 빌린 내 불찰이었다. 다시 빌릴까 생각하며 몇 장을 더 읽었는데 드는 생각은 ‘읽어보자’였다. 오리지날 군주론만큼이나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앞서 말했다 시피 마키아벨리에 대한 저자의 견해이다. 나는 이 책을 크게 마키아벨리의 정치철학, 정치에서의 운(fortuna)의 힘과 역량(virtu), 마키아벨리가 주장하는 정지체의 순환으로 나누고 싶다.



Chapter 01 - 마키아벨리의 정치철학


 첫 번째 챕터인 마키아벨리의 정치철학에서 그는 이전과, 혹은 현대의 사람들이 느끼는 정치와는 사뭇 다른 정치에 대한 철학을 제시한다. 이 철학에서 가장 큰 부분은 바로 ‘정치는 도덕적인 것이 아니다’라고 할 수 있겠다. 그는 정치는 도덕적 원칙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권력의 유지 자체를 추구하는 행위라고 하였다. 여기서부터 거부감을 갖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특히나 자칭 ‘진보주의자’를 내세우며 온라인상에서 트위터와 인터넷뉴스 댓글로 싸우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이러한 마키아벨리의 철학에 동의하는 사람이다. 이 책에서 나온 이야기 하나를 요약하여 인용하겠다.

 A국의 침략으로 인해 오랫동안 전쟁 중인 A국과 B국이 있다. 그러던 중, A국은 B국에게 화친을 제의하며 금은보화를 선물했다. 조건은 A국이 전쟁을 끝내고 군대를 돌려 돌아갈테니 퇴로를 보장해달라는 것이었다. B국의 장군과 관료들은 이를 믿지 말라고 충언하였지만 덕망이 높은 군주였던 B국의 군주는 인간의 선의를 믿었고 오랜 전쟁을 끝내고 백성들을 편안케 하기 위하여 이를 승낙하였다. 그리하여 A국 군대들은 편하게 고향으로 돌아갔고 B국은 전쟁이 끝난 것을 기념한 잔치를 벌였다. 하지만 역시 그것은 A국의 계략이었고 군대를 돌려 B국을 기습했다. 긴장이 풀렸던 B국은 파죽지세로 몰려 결국 전쟁에 패했고 성을 점령당하게 되었다.

 이 이야기의 두 군주들을 어떻게 평가 할 수 있을까? A국 군주는 거짓말을 했고 비열한 작전을 통하여 B국을 점령했다. 당연한 얘기지만 비도덕적인 군주이다. B국 군주는 전쟁에서 졌지만 인의를 믿었고 돌아가는 군대를 공격하지 않은 도덕적인 군주였다. 도덕적인 관점으로 평가하여 보았다. 이 평가가 제대로 된 평가일까?

 A국은 B국을 점령한 뒤 식민지로 만들었고 B국 관료들을 죽이고 백성들을 무자비하게 약탈하였다. 그 후에도 백성의 고혈을 짜내는 통치를 유지했다. 이렇다면 B국 군주에 대한 평가를 다시 해봐야 하지 않을까? B국 군주는 도덕적으로 보일지는 몰라도 자신의 백성을 도탄에 빠트린 ‘나쁜 군주’이다. 이러한 사례를 볼 때 정치적 결정이 도덕적으로 이루어질 때 반드시 좋기만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물론 이는 하나의 사례일 뿐이며 이를 통해 현대 정치에서의 비도덕에서 나오는 부정부패를 옹호하고자 하는 입장은 마키아벨리도, 나도 아니다. “정치는 더러 운거야“ 하며 비관만 하는 것 또한 아니다. 마키아벨리의 정치철학은 도덕과 비도덕의 중간에 서 있다. 모든 인간이 선(善)할 수 없기에 군주는 도덕적이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인지하며 그러한 비도덕함을 당연한 것으로 승인하지도 말아야 하는 것이다. 오직 정치 공동체를 이루는 인민들의 자유와 역량을 보장하고 증대하는 길을 모색하는 것이 그의 정치 철학인 것이다.



Chapter 02 - 정치에서의 운(fortuna)의 힘과 역량(virtu)


 두 번째 챕터는 정치에서의 운(fortuna)의 힘과 역량(virtu)이다. 나는 본서에서 나오는 체사레 보르자라는 군주의 이야기를 통해 운의 힘과 역량을 설명하고 싶다.

 체사레 보르자는 마키아벨리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군주였다. 그는 그의 휘하의 용병대장이 일으킨 치명적인 반란을 저지하는 방법으로 그가 가장 아끼던 부하의 목을 치면서 반란 수괴의 방심을 유도하는 방법을 택했다. 이를 통해 그가 비도덕적인 방법을 사용함을 망설이지 않고 권력을 유지하는 데에 사용하고 자신의 영지를 포악하게 다스렸던 용병대장이 군주가 되는 것을 막아 백성의 안위를 지킨다. 또한 백성을 위하는 정치를 펴서 백성이 평안하고 국가는 부강해졌다. 그는 전략적이며 결단력이 있고 냉정한 판단력에 비정한 계략을 갖춘 군주의 덕망과 역량을 가지고 있었다. 마키아벨리가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군주였다. 하지만 체사레는 말년에 운이 없었다. 자신의 권력의 기반이었던 교황인 아버지가 말라리아에 걸려 죽었다. 그는 능력있는 군주였으므로 아버지의 죽음에도 자신의 권력을 지킬 수 있는 대비책이 있었다. 하지만 그마저 말라리아에 걸려 병석에 누웠으니 그것은 예기치 못한 일이었고 그는 다음에 권력을 잡은 자에게 의해 추방을 당하게 된다.

 여기서 운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마키아벨리는 운을 ‘인간이 자신의 주체적 의지와 역량으로 통제할 수 있는 범위 밖에서 자신에게 닥쳐와 그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의 성패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외부의 힘’이라고 말하였다. 마키아벨리는 이러한 운의 힘을 매우 강조하였다. 그렇다고 마키아벨리리가 모든 것을 운에 맡기라는 한심한 사람이라는 것이 아니다.

 그는 운에 대항하는 개념으로 ‘역량(virtu)’이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역량이란 운을 통제하는 힘이다. 처세술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예기치 못한 사건을 해결하는 능력이라고 정의할 수도 있다. 강력한 운의 힘이 도움으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공격이 되는 경우에 그를 막을 수 있는 능력이 바로 역량이다. 군주는 이러한 역량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자신의 권력을 유지할 수 있다. 체사레의 경우는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대비책이 있었을 정도로 역량이 있었지만 자신의 병을 대비할 정도로 역량을 갖추진 못했다. 그게 그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만들었던 것이다. 마키아벨리는 참된 군주의 덕망으로 군주는 운의 힘을 인정하고 운을 통제할 역량을 갖추길 제시했다.



Chapter 03 - 마키아벨리가 주장하는 정지체의 순환


 세 번째로 정지체의 순환과정을 말하고 싶다. 마키아벨리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정지체의 순환과정은 「로마사논고」에서 찾을 수 있다. 그는 이상적인 국가는 군주정치->귀족정치->민주정치->군주정치로 회귀 이후 무한순환함을 주장했다. 국가의 시작은 군주정치여야 한다. 역량을 갖춘 군주가 일어서서 국가를 일으킨다. 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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